2014년 12월 7일 일요일

원증회고(怨憎會苦)


모던타임즈 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워낙에 오래 된 영화라서
모르시는 분들도 많으시겠군요
저 역시 초딩시절에 봤으니까 몇년 전 쯤인지...


찰리 채플린이 주연한 작품중 명작이라고 부를만 한 몇편 중의 한편이지요
이 영화는 제목 처럼 모던 해 지던 시대를 그리고 있습니다.
근대화와 산업화의 시기를 말하기도 합니다.


이 영화 역시 많은 명장면이 있습니다.
이 영화의 시작은 채플린이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볼트를 계속 반복해서 조립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대량생산의 시기에 단순한 작업을 끝없이 반복하는 장면 이지요


공장 근로자들의 식사시간까지 줄여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자동으로 식사를 하게 해 주는
기계를 발명한 기업가가 채플린에게 밥을 먹이는 장면에서 기계가 고장나서
기계에 달린 내프킨(이라고 기억함) 역할을 하는 손바닥 처럼 생긴 기계가
채플린의 뺨을 계속해서 때리는 장면도 기억에 남지만


역시나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이 장면 이로군요











실수로 기계의 톱니바퀴에 끌려 들어간 채플린이
맞물려서 돌아가는 톱니바퀴 사이를 우주인들이 우주를 유영하듯이
흘러다니는 장면입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장면이지만 이 장면에서
채플린은 인간이 아닌 기계의 한 부속품 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그것도 제자리에 있는 부속이 아니라 잘못된 위치에 있는 쓸모없는 부속이지요


이렇게 톱니바퀴 사이를 흘러 다니던 채플린은 기계에서 빠져 나온 뒤 해고를 당합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의 톱니바퀴 속에서 채플린 이라는 인간은
조금도 다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 다니지만 결국 해고를 당하는 것이지요
즉 그 맞물림 속에서 채플린은 기계의 맞물림을 방해하는 필요 없는 존재 일 뿐이니까요


어렸을 적이지만 이 장면을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특별한 사람이 아닌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두 다 이런 맞물림 속에서 살아가고 있겠지요
매일 똑같은 일 똑같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어떤 조직의 일원으로 살아가다가
그 일 들이 끝나면 자연인으로 돌아가게 되겠지만 그때가 된다 하더라도 직장이라는
조직에서의 일은 끝 나겠지만 다른 일들이 기다리고 있겠지요
죽지 않고 살아가는 동안에는 끝없이 계속될 맞물림 이니까요




원증회고(怨憎會苦)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인간이 피할 수 없는 8가지 고통중에서
애별리고(愛別離苦)와 더불어 인간관계 때문에 생기는 두가지 고통중의 하나이지요


애별리고(愛別離苦)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수 밖에 없어서 느끼는 고통이지요
이것을 주제로 수없이 많은 시와 소설 연극 문학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사실 숫자를 센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 할 정도지요
사랑을 주제로 다룬 작품중에 80%정도는 새드 엔딩이고 나머지 20%정도는 해피엔딩 이겠지요


그런데 이 원증회고(怨憎會苦)라는 말은 애별리고(愛別離苦)와 달리 사랑하는 사람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정말 보기 싫은 ×같은 인간들을 보면서 살아야 하는 고통을 뜻합니다.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이해 하시겠지요
아니 꼭 직장생활이 아니더라도 함께 살아야 하는 현실에서는 누구나 느끼는 고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보기 싫은 인간들을 꼭 보면서 살 수 밖에 없는 고통이 얼마나 심한지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애별리고(愛別離苦) 라는 고통은 젊을 수록 강하다가 나이를 먹으면 조금씩 약해지는데
원증회고(怨憎會苦)라는 고통은 나이를 먹는다고 없어지는것이 아니라 한결같다는 것이지요
아니 개인적 으로는 나이를 조금씩 먹어갈 수록 오히려 더 깊어지는 것 같군요
직장생활을 하면 할 수록 왜 이리 꼴보기 싫은 인간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월요일이라서 그렇겠지 라고 생각을 해 보기도 합니다만요...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일을 계속 할 것이고,월요일은 계속 될것이고, 그 인간들을 계속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고통을 참아내는 것에 대한 대가로  많은것들을 얻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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