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8일 일요일

후회 혹은 미련

간만에 쉬는 일요일에 한가함을 즐겨보려고
성북동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고 걸어다니던 중에
길상사 앞을 지나가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문득 너무 늦은 후회를 한 한 여자의 이야기가 기억 나는군요
-후회였는지 단순한 미련이었는지는 모르겠 지만요-


백석이라는 시인을 기억하시는 분들 계시겠지요
월북시인으로 몰려서 한동안 이나라에서 시를 쓰는 사람들에게 금기시 됐던 이름입니다.
하지만 그분은 원래 병안도에서 태어나신 분인데 고향에 계시다가 6.25 전쟁이 발발해서
못 내려오셨으니 그런분을 구지 월북이라고 분류하는것 자체가 불합리 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무튼 이분이 서울에 계실때 4살 연하의 김영한 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생과 연애를 시작했다는 군요
이 애인을 끔찍이 아껴서 이름대신 "자야"라는 아호를 지어서 불렀다는 군요 무척 정감이 가는 호칭이지요
그러던 어느날 현실에서 자기 자신과 기생의 신분인 연인과 맺어지기 어렵다고 생각한 로맨틱한 시인은
연인인 김영한 에게 사랑의 도피를 제의 합니다.
당시 러시아로 도망가서 함께 살자고 제의한 것이죠
물론 사랑이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면 이런 이야기 거리가 생기기 않았겠지만
여기서 여러 사람들의 말이 갈립니다.


백석 시인이 먼저 러시아로 가서 자리를 잡고 연인을 불렀는데
기생의 신분으로 수많은 방탕한 남자들의 허언에 시달렸던 김영한이 백석을 믿지 못하고 결국
따라가지 않아서 헤어졌다는 설 도 있고
김영한이 연인인 백석의 장래를 위해서 백석의 청을 거절하고 백석 시인이 홀로 떠났다는 설 도 있습니다.
어느것이 정답인지는 모릅니다. 저는 뭐 그런 사연들을 연구하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아무튼 그 이후로 백석시인은 러시아를 거쳐서 고향으로 돌아갔고 그 후에 6.25 전쟁이 터지면서
둘은 영원히 재회하지 못하게 됐다는 군요




그 후에 성북동에서 대원각 이라는 이름의 요정을 운영하면서 많은 재산을 모았던 김영한은
법정스님과 인연이 닿아서 그 대원각을 통째로 법정스님에게 맡기게 되고
법정스님은 김영한에게 길상화라는 법명을 지어주고 대원각을 허문 자리에 김영한의 법명을 딴
길상사 라는 사찰을 지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평생을 혼자 살다가 돌아가신 김영한 여사가 돌아가시기 전에
"내가 모은 이 수많은 재산은 그가 남긴 시 한줄 보다도 값어치가 없었다"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돌아가셨다는 군요


'그런데 어쩌라고 그럴거면 진즉에 그사람을 따라갈 것이지...' 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김영한 여사가 돌아가시기 전에 남긴 한마디가 후회일까 아니면 미련일까 생각해 본적이 있었습니다.
후회와 미련이 뭐가다르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요
후회란 지나간 잘못에 대한 나중에 누우친다는 의미지요
곧 잘못을 저지른 후에야 할 수 있는게 후회입니다.
하지만 미련이란 잘못한것은 아니지만 아직 잊지 못하고 있는 상태를  뜻하는 것이니까요
뭐 둘다 같다고 생각한다면 같을 수도 있는 말이겠지요


젊고 아름다웠던 시절의 김영한은 결과적으로 백석 시인의 구애를 거절했지요
그 거절이 혹시 더 좋은 다른 남자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고
기생이라는 직업 때문에 생긴 남자들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결국은
버림받을 것이라는 불안감 때문일수도 있겠지요
또 정말 연인 백석의 장래를 생각했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론은 김영한은 백석 시인이 내민 손을 뿌리치고 말았지요


그때의 김영한은 젊고 아름답고 앞으로 얻을 수 있는것들이 많았지요


그러다가 많은 재산을 모으고 그 댓가로 나이를 먹고
더이상 재산이 필요 없어진 김영한 여사는 그 재산을 사회에 대부분 되돌려 주고 나서
백석 시인의 시 한구절이 자신이 모았던 그 많은 재산보다 더 가치가 있었다는 말을 하지요


과연 젊어서 아직 돈이 필요하고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때에도 그와 같은 생각을
햇었느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김영한 여사는 이미 돌아가시고 안 계시는 군요


다만 생각을 해 보건데


후회를 하거나 혹은 미련을 가지거나


그것들은 다 그럴 때가 되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늙어서 기력도 떨어지고 당연히 건강도 안 좋아졌을 것이고
더이상 좋은 옷이나 맛있는 음식도 필요 없어지고
주위에 사랑을 해 주거나 사람을 받을 사람이 남지 않았을 때
자신의 생애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 줬던 백석이라는 남자가 남긴
한마디 한마디가 그많은 재산들 보다 더 의미있는 기억으로 여겨졌을수도 있을테니
그때의 김영한 여사에게는 백석과의 이별이 후회이거나 혹은 미련일수도 있겠지요


아니 정확하게는 그 전부터 후회나 미련이 있었겠지만
그때의 김영한 여사에게 그것이 가슴에 시릴만큼 다가왔다고 하는것이 맞겠군요


무엇인가 후회를 할만한 일이나 혹은 미련을 가질만한 일 을 한 후에
남은 평생 동안 그 기억을 가지고 살게 되겠지만
그 남은 평생 사는동안 내내 후회나 미련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슴이 시릴만큼 느끼게 되는 때가 찾아 온다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 때 라는 것은
늘 그런것처럼 이미 지나서 되돌릴 수 없을 때라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후회 혹은 미련이라는 말을 할때가 되면
그말을 들은 사람은 이렇게 말 하겠지요
"왜 이제?"


그것은 지금이 그 때가 된것이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이미 늦어버려서 아무것도 되돌릴수 없겠지만
그래도 늦은 후회라도 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하는 사람이 낫겠지요
다만 그 말을 들은 사람이 그 말을 듣고 그동안이 서운함이 조금이나마 사라질지
아니면 아무것도 되돌릴수 없는 그 때에 그런 말을 듣는다는 것이 더 화를 돋울지는 모르겠군요


저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내가 조금 심했나... 싶은 순간들이 몇번 있었습니다.
과연 세월이 조금 더 흐른후에 그것이 후회나 혹은 미련으로 느껴질지는 아직은 모르겠군요


그때가 되면 저절로 알게 될 일이니 미리 서둘 필요는 없을것 같군요
물론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은 각오를 해야 하는 일 이겠지요










PS:그런데
     김영한 여사는 평생을 혼자 지내셨는데
     백석 시인은 그 후로 결혼을 3번이나 하셨다는 군요
     해피엔딩 이거나 아니면 새드엔딩 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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