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 하려면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에 다들 동의 하시려나요
넷플릭스에서 방영중인 영화 "길복순" 입니다.
이 작품을 보는 내내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존윅"
그리고 소지섭 주연의 "회사원"이라는 영화가 겹쳐 보였다는건 우연이 아니겠죠
일단
이 영화에서 주인공 길복순은 돈을 받고 사람을 대신 죽여주는 "킬러"입니다.
그것도 사람을 죽여 주는 살인회사의 에이스 킬러입니다.
1900년대 초반에 실제 미국 뉴욕에 근거지를 둔 마피아 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반 하는 사람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소위 "살인 주식회사"라는 것을 만들어서
운영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당시에 실제 킬러로 활동했던 사람들의 정체는 대부분 베일에 쌓여져 있지만
그 최상위 지휘계층이 누구였는지는 대충이나마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영화 소설등에서 이미 단골처럼 그 이름들이 나오고 있으니 제가 구지 더 설명할 필요도 없겠군요
아마도 영화 "존윅"이나 "회사원"같은 작품들도 그 "살인 주식회사"의 존재 및 운영방식등에 대해서
영감을 얻어서 제작 되었다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모 글자 그대로 저의 생각입니다.
아무튼
MK라는 이름을 가진 청부살인 회사의 에이스 인 길복순은 회사 보스의 남다른 신임을 얻고 있죠
그 이유는 나중에 나오는데 너무 직접적인 스포가 될것 같으니 다루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보스의 여동생이자 그런 오빠의 길복순에 대한 애정을 시기하는 동생이 있죠
또 MK만큼의 권위는 없지만 여러 중소 청부살인회사 들이 있고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MK의 눈치를 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언젠가 MK의 아성을 넘어서기를 바라고 있는데
재미있는것은 작가의 풍자인지 감독의 풍자인지 모르지만 1950년대 명동일대를 주릅잡았던 실제 폭력조직
신상사 파의 이름을 그대로 본뜬 신상사 라는 청부살인회사의 CEO도 등장합니다. 실제 신상사는 육군 상사로 제대를
해서 신상사라고 불리웠는데 여기서도 그에 걸맞게 군용 야전상의를 걸친 모습으로 등장하는 군요
실제 신상사라는 사람은 일반적인 조폭과는 달리 정치에도 깊숙히 관여했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풍자라고 보이기도 하는군요
거기다가
회사에 소속되기는 했지만 길복순 처럼 에이스 대접을 받지는 못하는 삼류 킬러들도 등장하고
부상을 입어서 퇴출된 연로한 킬러도 등장하는 군요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두가지 주목할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길복순은 싱글맘 이라는 사실이죠
아버지는 누군지 모르지만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으면서 남자가 아닌 여자를 좋아하고
엄마 몰래 담배까지 피워대는 딸을 양육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사람을 죽이는 일이 가장 쉽고 잘 해내는 사람인데 사춘기 딸을 케어하는 일은
그보다는 100배는 더 힘들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죠
죽여야 하는 자 들은 감정이 섞이지 않는 남 이지만 딸은 바로 딸 이니까요
당장 내 치통이 기아에 시달리는 나라 100만명의 굶주림 보다도 나에게는 더 큰 고통이니까요
두번째는
MK라는 회사는 청부살인회사인데
유능한 킬러들을 고용해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팜(Farm) 시스템을 구축해서 예비 킬러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연습생들은 날마다 구슬땀을 흘리며 사람 죽이는 훈련을 받으며 길복순 처럼 되리라 스스로 다짐을 하죠
연습생이란 글자 그대로 연습생이죠 연습을 통해서 기량을 연마하고 기량이 차고 때가 갖춰지면
데뷔를 하고 그 후에는 또 자기의 노력과 관리에 따라서 인기를 유지하기도 하고 반짝하고 사라지기도 하죠
그런데 이 살인청부 연습생들은 살인청부업자로 데뷔를 하기 위해서 구슬땀을 흘립니다.
그러다가 데뷔를 해서 길복순 처럼 되기도 하겠지만 데뷔 자체를 실패하는 사람은 대체 어찌 되는건지...
또 데뷔를 했다 하더라도 잘 하지 못하면 반짝하고 은퇴가 아니라 오히려 죽음을 맞이하고 끝이 나는 인생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습생들은 열심히 연습을 합니다. 언젠가 업계 1위 MK의 정식 청부업자가 되기를 꿈 꾸면서요
또 길복순을 질투하던 보스의 여동생이 길복순을 제거하려 시도하는 장면에서
보스의 여동생은 각 회사 삼류 킬러들로 생활고에 시달리고있는 길복순의 친구들에게 제안을 합니다.
지금 길복순을 제거하면 전부 다 MK의 B급 킬러로 고용해 주겠다고요
삼류인 C급 킬러들과 부상으로 장애가 생겨 강제 은퇴당한 킬러까지 이 신분상승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아귀다툼을 벌이는 장면은 비장하고 잔인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군요
이 부분이 바로 존윅이나 회사원 같은 영화들과 차별화 되는 부분이로군요
존윅에서는 킬러들이 각각 건별로 현상금을 쫓아 움직이고
회사원 같은 작품에서도 능력별로 일반사원에서 대리로 과장으로 승진을 하는 시스템 이지만
이 작품에서 킬러들은 길복순 같은 FA급이 아니라면 모두다 궁상을 떠는 모습입니다.
저마다 A급이 되기를 꿈꾸고 일단 B급이라도 되기를 꿈꾸죠
이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라는 의미일까요?
사람을 죽이는 청부업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거기서도 A급이 되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이
어쩌면 실제 연예기획사의 연습생들이 데뷔를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또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고 회사에 들어가서도
끊임없는 경쟁에 시달리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애를 쓰는 군상들을 보는것 같군요
그 외에는 직접 관람하시기를 권해 드리지만
일단 이 작품은
영화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존윅"
소지섭 주연의 "회사원"의 세계관과 뼈대를 거의 그대로 차용했고
장면장면 순간순간 두 작품 외에도 여러 작품들의 설정과 장면들을 거의 베끼듯이 따라 했습니다.
첫장면에서
일본 야쿠자를 처리(?) 하는 장면에서 잠이 든 야쿠자를 상대로 싸우지 않고도 조용히 처리를 할 수 있었는데
구지 잠든 야쿠자를 깨워서 1:1로 합을 겨루는 쓸데 없는 짓을 하죠 프로 답지 못한 행동이지만
아무튼 간만에 호승심을 일깨우는 상대를 만났다고 생각한 야쿠자가 기분이 업 된 상태에서
길복순에게 말 합니다.
천일의 수련을 단(鍛), 만일의 수련을(鍊) 이라고
즉 자신은 일본도를 만일(萬日) 즉 30여년간 수련했다는 뜻인데
그말은 그저 야쿠자의 자기 자랑일뿐 길복순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말이죠
시간이 없다면서 권총을 꺼내서 야쿠자를 사살해 버리는 장면은
1982년작 "레이더스"에서 주인공 인디아나 존스가 칼춤을 추는 칼잡이를 처리 하는 장면도 생각이 나기도 하고
연습생들이 열심히 기술을 연마하는 장면은 영화 공공의적 1-1이 어렴풋이 떠오르기도 하고
업계 1위 회사 MK의 대표가 각 회사의 대표들을 모아놓고 3대 원칙을 강요하는 장면은
SF소설의 선구자인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이 떠오르기도 하고
젊은 시절의 MK보스가 자연사 하시려면 착하게 사셨어야죠 하는 장면은
부르스 윌리스 주연의 영화 "레드"의 한장면이 떠오르기도 하고
아동학대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장면인지도 의심스럽고
더불어 로맨스의 시작을 의미하는 장면인지도 의심스럽게 만드는 군요
또 마지막 장면에서 MK보스의 길복순과 보스에 대한 관계는
혹시 영화 "킬빌"의 설정을 역으로 사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또
어떤 장면에서는 영화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가 떠오르기도 하고
어떤 장면에서는 조지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이 떠오르기도 하는군요
모 생각해 보면
모든 창작물은 기존 예술의 영향을 받고 거기다가 5-10 퍼센트 정도의 독창성을 가미해 준다면
감사할 일 이기도 하다는 말이 있죠
최근 타계한 영화음악의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가 자신의 곡을 표절 했다는 어떤 음악가를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해 준 답변이죠 국적을 떠나서 참 존경할 만한 인물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994년작 "헐리우드키드의 생애"의 주인공 임병석 도
헐리우드 키드 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헐리우드 영화 스토리에 빠져 살다가
그 모든 기억들을 자신의 창작으로 착각하는 인물이죠 거짓과 위선이 아닌 순수한 착각이죠
하지만 이 작품 "길복순"은
류이치 사카모토의 말처럼 기존 예술의 영향이라기 보다는 그냥 베끼기를 시전했고
임병석 처럼 순수한 착각이 아닌 대놓고 따라하기 라고 할 만 하군요
그것도 너무 이것저것 여러가지를 따라하다 보니 뭐라고 해야 할까요?
비빔밥에 밥은 없고 채소와 고기 그리고 나물만 가득한 비빔밥이 아닌 비빔음식이 되어버린 느낌 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혹시 모릅니다. 대놓고 따라하기가 아닌 의도적인 따라하기 일 지도요
여지껏 수많은 영화 연극 소설에서 그런 의도적인 따라하기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죠
단 그 따라하기가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불러일으키느냐에 따라서 그 작품의 가치도 달라졌죠
그런데 지금 이 작품 "길복순"이 그런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불러 일으켰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저는 그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군요
지나치게 쿨내 풍기는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가 부담스럽고
작위적인 설정 또한 소화하기 힘들군요
물론 이것은 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일 뿐입니다.
실제로 저의 주변에서 정말 재미있게 봤다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음식의 입맛이든 드라마의 입맛이든 각자 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겠지요
PS: 그런데 최근에 읽은 기사에서
국내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SM에서
강남에 SMU라는 이름의 엔터테인먼트 학원을 설립했다는 소식을 들었죠
나름 고액이라고 할 수 있는 학원비를 내고 춤,노래,연기,모델,프로듀싱등을 배운다는군요
연습생이란 비록 삶은 고되지만 학원비는 내지 않는 연습생이죠
연습생 개인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회사는 그런 연습생의 가능성을 보고
공간과 자원 노하우를 투자해서 서로 윈윈하는 방법을 택하는 시스템 이라면
이 학원은 학원생이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자원을 투입해서 공간과 노하우를 돈을 주고 사는 개념 이로군요
영화 "길복순"에서는 킬러 연습생들이 등장하는데
조만간 킬러 학원생들이 등장하는 작품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킬러라는 직업이 자기 자신의 시간 노력 돈을 투자하면서 까지 되고 싶은 직업이 된다는 뜻이죠
물론 영화 속에서 이겠지만요...
#길복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