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處署)는 동양의 24절기중 14번째에 해당하는 절기죠
태양을 공전하고 있는 우리 땅 지구의 자전축은 23.5도 기울어져 있고
이 기울어진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는 동안에도 태양은 끊임없이
지구에 햇빛을 내리 쬐는데 그 태양이 빛을 내리쬐는 각도가 150도가 되는 시점이
바로 처서(處署)라는 절기죠 동양에서 이야기 하는 24절기의 첫번째는
춘분(春分)이고 이 춘분이 바로 황경이 0도 인 시점이고 그때부터 동쪽으로
돌기 시작해서 15도가 지날때마다 우수 경칩등 절기도 따라서 지나가죠
그리고 마지막 절기 대한은 300도 이고 입춘 우수 경칩을 거쳐서 다시 360도
즉 0도가 될때 다시 춘분이라는 절기가 찾아오는 거죠
처서는 황경이 150도가 되는 시점이고 그때부터는 점점 태양이 기울기 시작해서
점점 더 따가운 햇빛이 누그러지고 선선한 가을기운이 강해지죠
처서가 되면 벌초를 하기도 하고 여름장마에 눅눅해진 책이나 옷 등을 말리기도 하고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 진다는 속담처럼 무더운 여름에 우리를 괴롭히던
벌레들도 사라져 가는 시점이죠
지구온난화로 인해서 해마다 그 이전보다 더한 무더위가 찾아오지만
그래도 처서(處署)가 되면 그런 무더위가 마법처럼 사라져 버린다고 해서
처서(處署)매직이라는 말이 생겼었는데 올해 2024년도에는 그 처서(處署)매직
없이 계속해서 무더울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보를 듣고 얼마나 더 더우려나...
하고 탄식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22일이 바로 처서 였군요
덥기도 더운데다가 마침 집안에 조그만 일이 하나 생겨서 수습을 하기 위해서
뛰어다니다 보니 참 무더운 2024년 이구나, 올해는 처서(處署)매직도 없구나
생각하면서 늘 그렇듯이 대충 조는듯 마는듯 수면을 취하고 새벽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면도를 하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출근을 하기 위해서 집을 나섰죠
그런데
20년이 넘은 낡은 아파트 주차장으로 가는 길 양쪽에 심어놓은 나무와 수풀 사이로
귀뚜라미 들이 마치 내 노래소리를 들어달라는 듯이 힘차게 울어대고 있더군요
어제 아침 까지만 해도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듣지 못했었는데요
우리는 가을의 전령사요 우리가 왔으니 이제 가을이 올 것이요
우리가 먼저 온것은 더위에 지친 당신같은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서요 하면서요
처서(處署)Magic은 없다고 낙담했던 어제를 지나서 어제의 내일인 오늘에는
처서(處署)는 이미 와 있었다는것을 느끼게 되는군요
처서(處署)Magic도 이미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군요
잠시 그걸 느끼지 못했고 몰랐을 뿐인거겠죠
가을기운이 돌고 있습니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해 여름도 결국은 지나가 버리고 마는군요
앞으로 며칠쯤 더 더울수도 있겠지만 가을은 가을인거죠
무더위와 조금은 우울한 개인사가 겹쳐석ㄱ 약간은 우울한 어제였는데
오늘은 귀뚜라미라는 녀석이 우울한 기운을 다 날려버려 주는군요
생각해 보면 1988년작 베르톨루치 감독의 "마지막황제"는 영화에서
어린나이에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가 된 푸이가 즉위식에서 절을하고 있는 늙은 신하의 품속에서 여치가 우는 소리를 듣고 그 신하의
애완용 여치를 빼앗고 그여치를 통에 넣어서 그대로 기르는 장면이 나오죠
그리고 왕국은 무너지고 감옥살이를 하다가 풀려난 푸이가 자금성에 입장권을 끊고 들어가서
자기가 앉아있던 옥좌를 바라보고 그 옥좌의가 틈에서 어린시절의 여치 통을 발견하고
그 통에서 늙어서 시커매진 여치가 살아서 나오는 장면이 있었죠
아니 살아서 나왔다기 보다는 쇠락해진채로 살아남아 있었다고 표현해야 겠군요
시커멓고 늙고 추레해진 모습으로요
물론 이것은 비현실적인 영화적 표현이겠죠
여치는 울음소리가 듣기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여치를 기르기도 하지만
여치의 평균수명은 그렇게 길지 않죠
가을이 왔음을 알려준 고마운 귀뚜라미 생각을 하다보니 오래전 영화의 한장면 까지
떠오르는 군요 아마도 이 역시 이제 가을이 됐기 때문이겠죠
가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고 기다려왔던 계절이니까요
더군다나 오늘은 금요일 이기도 하죠 늘 그렇듯이 금요일은 저와 같은
월급쟁이들 에게는 월급날 다음으로 좋은날 아닌가요...
PS:귀뚜라미가 가을의 전령사(傳令使)라는 표현은 제가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렸던
수필에서 다른 작가분이 이미 수십년전에 사용하셨던 말씀이죠 제가 다시
전령사(傳令使)라는 표현을 빌려 사용한 이유는 여지껏 살면서 더 좋은 표현을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정도는 그 작가분도 이해해 주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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